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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옹생각#1】 아재개그(Dad joke)? 문해력 논란의 오해와 진실

  최근 젊은 세대의 문해력이 논란이 되고 있다. 다음의 문장은 온라인 사이트에 올라온 것들로 주로 발음이 같은 단어를 다른 뜻으로 이해하여 반문하거나 답변한 문장이다. [A와 B의 대화] ◤누름 : A와 B의 대화 보기 ...


  최근 젊은 세대의 문해력이 논란이 되고 있다. 다음의 문장은 온라인 사이트에 올라온 것들로 주로 발음이 같은 단어를 다른 뜻으로 이해하여 반문하거나 답변한 문장이다. [A와 B의 대화]
A. 우천 시 장소를 변경합니다.
B. 우천시가 어디에 있는 도시입니까?
  • A의 의미: 우천 시(ucheonsi) ▶ 비가 내릴 때에는
  • B의 의미: 우천시(ucheonsi) ▶ 우천이라는 도시 (Ucheon City)

A. ㅇㅇ을 금합니다.
B. (‘금’은 좋은 것이니까) ㅇㅇ이 가장 좋다는 뜻이지요?
  • A의 의미: 금(geum) ▶ 금지하다, ban, prohibit
  • B의 의미: 금(geum) ▶ 금(金), Gold

A. 심심한 사과(apology)를 드립니다.
B. 지루하고 재미없는 사과(apology)를 하신다고요?
  • A의 의미: 심심한(simsimhan) ▶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심심(深心)
  • B의 의미: 심심한(simsimhan) ▶ 하는 일이 없어 지루하고 재미가 없는 (bored)

A. (소풍 갔을 때) 중식 제공
B. 우리 애는 한식으로 주세요.
  • A의 의미: 중식(jungsig) ▶ 조식(아침 식사), 중식(점심 식사), 석식(저녁 식사) 중의 점심 식사를 의미
  • B의 의미:  한식(hansig: korean food) ▶ A의 '중식'을 중식(jungsig: chinese food)으로 이해함

A. 구두 경고
B. 구두 신고 발로 찬다고?
  • A의 의미: 구두(gudu) ▶ 입으로 하는 말, spoken
  • B의 의미: 구두(gudu) ▶ 정장용 신발

A. 교과서는 사서 선생님께 반납하세요.
B. 교과서를 사서 반납하라고 하네요.
  • A의 의미: 사서(saseo) ▶ 도서관에서 책을 관리하는 사람, librarian
  • B의 의미: 사서(saseo) ▶ (책을) 사다

위의 문장은 온라인 사이트에 올라온 것을 재구성한 것으로 문해력에 대해 실제 논란이 되고 있는 것들이다. A의 문장을 바르게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B의 문장은 그저 동음이의어를 활용한 아재개그(Dad joke)에나 쓰일 법한 문장으로 읽힌다. 

이와 같은 문해력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세종국어문화원 김슬옹 원장은 ‘문해력의 오해와 진실’이란 제목으로 한 언론에 기고를 했다. 


김슬옹 원장은 '문장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문장에서의 전후 맥락을 파악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문해력이 어휘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기는 하나 어휘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문장 표현이기 때문이다. 또한 논란의 예에서 보듯 '우천 시' 보다는 '비가 내릴 때' 같은 쉬운 우리 말로 바꿔 쓰는 문화가 사회적으로 정착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 했다. 


우리말(한국어)에는 고유어, 한자어, 외래어가 함께 쓰이고 있다. 간혹 문해력의 논란을 한자 교육 논쟁으로 몰아 가기도 한다. 물론 한자 교육도 좋고 필요하다. 다만 한글 중심의 세상이 된 현재 한자 논쟁으로 몰아가는 것은 또 다른 논란을 키울 수 있다. 은행 창구 직원에게 '스무하루'라는 고유어를 사용했더니 못 알아들어 '21일'이라고 바꿔 말했다는 것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말에 대한 이해의 차이는 익숙함에 있다.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내일’, ‘미안’, '안녕' 등의 단어가 한자어란 점을 생각해 본다면 '얼마나 지금 익숙하게 사용되고 있는 말인가'에 따라서 이해도는 달라진다. 말은 시대에 따라서 자주 사용하지 않으면 사라지기도 한다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최근 논란이 되었던 ‘심심한 사과’는 요즘 세대가 자주 사용하지 않는 표현이 되었기에 더욱 논란을 가져왔다고 볼 수 있다. 

문해력의 세대 차이는 어느 나라 어느 세대에나 있어 왔다. 올바른 문해력을 위해서는 책을 많이 읽어 문장 간의 맥락을 파악하는 능력을 기르고, 어휘력도 늘려야 한다. 그러나 글을 쓰는 사람도 읽는 사람이 이해할 수 있도록 쓰는 노력이 필요하다. ‘심심한 사과’ 대신 ‘깊은 마음으로부터의 사과를’이라고 하거나 조식, 중식, 석식 같은 일본식 한자어 대신 아침, 점심, 저녁 식사 같은 쉬운 우리 말로 바꾸어 쓰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할 시점이다. 또한 외래어나 한자어와 견주어서 살아 남을 수 있는 고유어들이 널리 알려져 우리 사회에서 익숙하게 사용되기를 기대해 본다. 한때 고속도로에서 일반적으로 쓰였던 외래어 '인터체인지'가 지금은 우리말 '나들목'으로 정겹게 사용되고 있듯이. 말이 오르면 나라도 오른다.

[덧]
*'문해력'도 어려운 표현이기에 뜻을 달아 놓는다. ▶ 문해력 :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

#문해력 #사회적인 #공동체를 위하여 #한글과 한국어

차민아

차민아 / Cha Mina

한글닷컴(Haangle.com) 대표,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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