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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한 우리말(Korean) 교육을 위하여

▲한글나라 입체도(작가:조산구) ‘오~ 발음이 아주 좋네요. 어쩜 이렇게 잘해요?’ 주변에서 어린아이를 이런 식으로 칭찬을 하는 사람들을 종종 보곤 한다. 그런데 이때 말하기는 대체로 국어가 아닌, ‘영어로 말하기’인 경우가 더 많다. 영어...

▲한글나라 입체도(작가:조산구)

‘오~ 발음이 아주 좋네요. 어쩜 이렇게 잘해요?’ 주변에서 어린아이를 이런 식으로 칭찬을 하는 사람들을 종종 보곤 한다. 그런데 이때 말하기는 대체로 국어가 아닌, ‘영어로 말하기’인 경우가 더 많다. 영어를 말하는 아이의 얼굴은 물론이거니와 옆에 있는 부모 얼굴도 웃음이 가득하고 이 상황을 무척 자랑스러워하는 모습이다. 부모들은 태아에게 영어를 들려주거나 아장아장 걷기 시작하는 아이에게 에이비시(ABC) 알파벳 노래를 들려주는 건 일상이며, 가정 내에서 모든 대화도 영어로 한다고 했다. 그들은 우리말과 글을 익히기도 전에 영어를 잘하는 아이를 기르기 위해 안달복달하는 것만 같았다.

모국어는 매일 숨 쉬는 공기처럼 우리의 삶 속에 스며들어 있기에 그 소중함을 잊은 채 무심히 지내온 것은 아닌지 잠시 생각해 본다. 요즘 초등학생은 물론이요, 대학생의 경우도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기 힘들게 웅얼거리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를 지적하거나 발음을 교정해 주기란 쉽지 않다. 또한, 학생들에게 ‘너의 생각이 무엇이냐, 왜 그렇게 생각하냐’고 물으면, ‘그냥, 몰라요’라고 대답하거나, 좋거나 놀랄 만한 일이 있을 때는 ‘헐, 대박!’과 같이 한두 글자로 대충 얼버무려 말을 맺는 경우도 흔하다.왜 그렇게 말하는지 그 이유를 들어보면 ‘그냥 귀찮아서’란다. 물론 상황이나 상대방이 누구냐에 따라 말하기 양상은 달라지겠지만, 상대방에게 조곤조곤 설명하거나, 또박또박 말하는 것은 우리에게 점점 더 어려운 일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 초등학교 교육의 목표는 학생의 일상생활과 학습에 필요한 기본 습관 및 기초 능력을 기르고 바른 인성을 함양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 목표를 위해 존재하는 여러 교과 교육 중에 단연 ‘국어과 교육’은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즉, 배정된 수업 시수가 가장 많은데, 초등학교 1-2학년군에 명시된 연간 수업 시수는 국어 교과가 482시간이다. 수학이 256시간, 바른 생활이 144시간, 슬기로운 생활이 224시간인 것과 비교하면 꽤 많아 보인다. 그러나 의무적으로 주어진 482시간의 수업 시간이 곧 우리말 교육의 온전한 실천까지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어제 만난 현직 교사는 일기나 글쓰기 숙제가 가정에 부담을 준다는 이유로 학부모의 민원이 들어와서 내주기 힘들다며 씁쓸해했다. 또한, 오순도순 생각을 나눈다거나 친구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듣는 시간은 빼곡히 들어찬 교과별 진도표 속에서 자리를 잡기가 어렵다고 한다. 최근 교실 속 학생들의 한글 미해득 문제가 사회적 관심을 끌면서, 학교 교육에서 한글 교육을 강화하고 우리 말글 사용 능력을 제대로 갖추게 하자는 움직임은 고무적이다. 아무 노력이 없는 것보다 분명 좋은 현상이지만, 우리말 교육은 학교 교육만으로 충분하지 않으며, 여전히 소홀한 측면이 있다. 예를 들어, 발음 교육은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어 수업에서나 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 땅의 아이들을 위한 한글 해득을 위해서도 우리말의 명확한 발음 공부는 꼭 필요하다.

필자가 교육대학에서 예비 교사와 현직 교사를 대상으로 ‘국어과 교육’과 관련된 강좌를 20여 년이 넘도록 담당하면서 깨닫게 된 것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학교 수업만으로는 ‘우리말 교육’이 온전히 이뤄질 수 없다는 사실이다. 평소에 주고받는 대화 속에서 우리말 문화의 특징은 가장 잘 드러나기 마련이며, 가족 대화나 자신이 살아가는 지역의 일상 대화에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말을 습득하게 된다. 또한, 가정과 지역사회의 의사소통 문화는 아이에게 스며 평생 모국어 능력의 바탕을 이룬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가족 간 대화 시간은 점점 더 줄어드는 추세이고, 우리 아이들은 거의 하루 종일 손에 쥐고 사는 스마트폰을 통해서 말을 배우는 실정이다. 과연 우리는 현재 아이들이 접하는 우리말의 실체가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것일까?

이제 우리는 외국인과의 대화도 별문제 없이 척척 알아듣고 말해 주는 앱을 언제든 사용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는 언어 표현을 아는 것보다 무슨 말을 어떻게 하고 싶은지 주체적 생각과 의지가 훨씬 더 강조된다. 대부분 사람은 모국어를 통해 자신의 사고를 구성하고 표현하며, 타인과 더불어 생각과 감정을 교류한다. 한 개인의 삶에 있어서 모국어는 가장 근본적인 의사소통의 수단일 뿐만이 아니라 그 사람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살아가는 모습 그 자체를 의미하기 때문에 특별하다. 그래서 세계 어느 나라의 교육과정을 살펴보아도 모국어 교육에 쏟는 노력과 관심은 지대한 것이다. 온전한 우리말 교육을 위해 가정과 학교, 그리고 우리 사회 전체가 손을 맞잡고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서현석

서현석

전주교대 국어교육과 교수

hsseo@jnu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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