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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 해례본 강독 강의 15기 배움 소감

본 내용은 김슬옹 박사의 훈민정음 해례본 강독 15기에 참여했던 고시영님의 배움 후기이다. 취재 과정에서의 많은 협조에 감사한 마음이다. - 한글닷컴 에디터 최준화 12차시 수업을 마무리하며…. 무척 떨면서 수업을 시작했는데,...


본 내용은 김슬옹 박사의 훈민정음 해례본 강독 15기에 참여했던 고시영님의 배움 후기이다. 취재 과정에서의 많은 협조에 감사한 마음이다.

- 한글닷컴 에디터 최준화


12차시 수업을 마무리하며….

무척 떨면서 수업을 시작했는데, 눈물로 마무리한 아름다운 수업이었습니다.
첫 시간, 자기소개 시간에 너무나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일을 하시는 분들과 ‘훈민정음 해례본’ 수업을 함께 듣는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특히 최초로 훈민정음 해례본 원본을 직접 보시고, 손수 해설도 하시고, 복간본까지 출판하신 김슬옹 원장님과 함께 수업한다는 사실에 무척 기대되었습니다. 놀라운 건 그 기대가 매시간 이어졌다는 사실입니다. 혼자서 책을 읽을 때와는 달리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니 책 제목 (‘훈민정음 해례본 입체강독본’) 그대로 훈민정음 해례본의 내용이 ‘입체적’으로 살아나는 느낌이었습니다. 선생님의 열정까지 더해져 그 열기가 피부에 닿는 느낌까지 들었습니다.

국어 교사로 20년이 넘게 살아왔지만 훈민정음 해례본을 제대로 공부한 적이 없었습니다. 대학 시절에는 예의 편만 꼼꼼하게 분석하는 정도였습니다. 저도 나름대로 열심히 수업 준비를 하는 편이어서,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훈민정음에 담긴 세종대왕의 정신을 올곧이 전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하고 끊임없이 공부하고 수업을 했지만, 지금까지의 수업은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조금 더 일찍 원장님의 수업을 들었더라면 더 많은 아이들에게 해례본에 담긴 깊은 뜻을 전했을 텐데, 아쉬움이 남습니다.(그래도 지금이라도 원장님의 수업을 듣게 된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수업을 하면서 새로 알게 된 점을 적어 봅니다.

1. 복간본과 영인본의 차이를 몰랐습니다.
책은 그냥 같은 책이거니 했지, 제대로 알지 못했습니다. 선생님께서 2015년에 출판하신 복간본 이야기를 듣고, 저는 내년에 출판하실 책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2. 훈민정음 해례본 제작과정에 참여했던 8명의 집현전 학자들이 개인적으로 한글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무척 놀라웠습니다. 훈민정음은 세종대왕이 단독으로 창제하셨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해례본 작업에 참여한 집현전 학자들까지 사용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몰랐습니다.

3. 훈민정음 해례본 66바닥 중 4바닥이 없었고, 이를 실록을 보고 만들어 넣는 과정에서 이용준이 잘못 쓴 한자 ‘矣’를 ‘耳’로 바로잡은 분이 최현배 선생님이라는 사실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4. 첫 시간 정음 취지문을 읽으며 선생님께서 중국과 우리말이 다름을 인식하고 표현했다는‘異’,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이 담겨있는 글자 ‘憫’의 중요성을 말씀해 주신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5. 그리고 지금까지 많이 궁금했었던 ‘이호중국’에 대한 질문에 명쾌한 답변을 들을 수 있어서 앞으로 수업시간에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되어 무척 기뻤습니다.

6. 학교에서 실제로 훈민정음 수업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고, 일반적으로 자습서에 나온 ‘한글은 음양오행의 원리가 담긴 과학적인 문자이다’라는 말을 전달하는 수준이었는데, 이번에 제자해를 배우며 훈민정음 해례본에 이렇게 자세하게 천지자연의 이치, 음양오행의 원리, 음악, 계절, 수, 사람의 신체에 대한 이치를 모두 담고 있다는 사실을 배우고 깜짝 놀랐습니다.

초성자 설명 중 기획의 원리를 설명하면서 ‘오직 ㆁ만은 다르다’라고 표현한 부분이 매우 놀라웠습니다. 모양은 ‘ㅇ’과 비슷하지만, 그 원리는 목구멍소리가 아님을 명확히 하였고, 옛이응이 이응과 많이 혼용됨을 밝히며 그 이치를 설명하는 부분도 놀라웠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초성자를 전청, 차청, 전탁, 불청불탁으로 명확하게 나누었는데, 글자를 만들면서 이런 부분까지 정확하게 짚어내었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만 하고, 특히 지금의 울림소리인 불청불탁은 현실적으로 (모음과 함께 소리가 나기 때문에 자음만 따로) 구별하기가 매우 힘든 소리인데 정확하게 인지하고 해례본에 담고 있어서 놀라웠습니다.

모음 설명에서는 재출자 ‘ㅛ, ㅑ, ㅠ, ㅕ’를 설명하면서 ‘ㅣ’에서 시작된다고 밝혔는데, 현재 이중모음을 설명할 때 ‘반모음 ‘ㅣ’와 결합한다는 설명과 일치합니다. 처음 글자를 만들면서 우리말을 분석해서 이러한 원리를 찾아내고 기록했다는 것이 정말 놀랍습니다.

‘한 기운이 두루 흘러서 다하지 않고, 사계절이 돌고 돌아 끝이 없으니 만물의 거둠에서 다시 만물의 시초가 되고, 겨울에서 다시 봄이 되는 것이다. 초성자가 다시 종성자가 되고 종성자가 다시 초성자가 되는 것도 역시 이와 같은 뜻이다. 아아! 정음이 만들어진 것은 천지만물의 이치가 모두 갖추어졌으니, 참으로 신묘하구나! 이는 바로 하늘이 성인(세종)의 마음을 열어 솜씨를 빌린 것이로구나.’

제자해를 보면서 그 어느 것 하나 신기하지 않은 부분이 없었습니다. 글귀 하나하나가 이렇게 천지만물의 이치를 따져 그 뜻을 담아내고 있어 감동의 연속이었습니다. 제자해를 공부하면서 선생님께서 음양오행의 원리, 계절, 방위에 대해 설명을 너무 잘해 주셔서 (완벽하게 알지는 못해도) 아주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원장님 설명이 없었다면 한글 해설을 봐도 세종대왕께서 쓰신 깊은 뜻을 알지 못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성해 설명에서 양성자와 음성자에 대한 인식을 정확하게 하고 있었고, ‘ㅣ’모음의 중요성이 잘 드러나 있어 신기했습니다.

종성해를 배우며, 예의 부분에서 ‘종성부용초성’의 원리를 밝혔는데, 여기에서 ‘팔종성가족용’이 나오며 종성으로 여덟 글자만으로도 적기에 충분하다는 부분에 대한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며 학교에서 또 잘못 가르치고 있었구나 싶었습니다. 학교에서는 훈민정음에 나타난 원리는 ‘종성부용초성’인데 이후 곧 ‘팔종성가족용’에 의해 8자의 종성만 사용했다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8자만으로도 가능하다는 원리여서 기본 원칙은 여전히 ‘종성부용초성’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입성의 ‘[볃]’자를 설명하면서 종성에 마땅히 ‘ㄷ’음을 써야 할 것인데 세속 관습으로는 ‘ㄹ’음으로 읽으니 대개 ‘ㄷ’이 변해서 가볍게 되었음을 통해 ‘ㄷ’음과 ‘ㄹ’음의 소리를 비교한 점이 대단하게 느껴졌습니다.

합자해를 배우며, 세종대왕께서 훈민정음을 널리 사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해 합자만 할 줄 알아도 관리로 등용될 수 있는 과거 시험을 치렀다는 사실도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지금의 자습서와 같은 해례본을 주면서 글자 쓰는 법을 익히고 시험을 칠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훈민정음을 빠른 시간 안에 널리 보급하고자 하는 의지가 느껴졌습니다. 합자해의 각자병서 설명 부분에 이번에 선생님께서 제작하신 티셔츠에 쓰인, ‘괴여’와 ‘괴ᅇᅧ’가 예로 나와 있어 그 의미가 남다르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이번 수업을 들으며 중세국어에 있었던 ‘성조’에 대해 확실히 알게 되어 뜻깊었습니다. 언해본 표기에 성조가 표시되어 있고, 이론적으로 성조가 있었던 것으로 기록된 것쯤으로 여기고 있었는데, 해례본을 배우다 보니 당시 성조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이 되어 있고, 선생님께서 성조를 살려 낭송하신 영상과 수업 중 설명해 주신 말씀을 들으며 훈민정음 창제 당시에는 성조가 있었고 그렇게 소리를 내었음을 확실히 알 수 있었습니다. 중세국어의 성조 중 ‘상성’에 해당하는 소리가 현대 국어에서 장음으로 실현되는 정도를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다만 중세국어 시기에 성조가 보편적으로 사용되었다면 왜 사라지게 되었는지가 궁금합니다. 실제로 당시에 모든 사람들이 성조를 살려서 말을 했을지도 의문이긴합니다. 세종 서문 낭독만 들어도 성조를 살린 말하기는 쉽지가 않았고 시간도 많이 걸리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혹시 특정 행사(축문)와 같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중국과 유사하게 성조를 살려 발음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물론 선생님 말씀대로 훈민정음 해례본에 이렇게 상세하게 성조에 대한 설명이 나와 있으므로 세종대왕께서 이 부분까지도 표기로 남기셨을 것이라 믿습니다.

‘지역말, 토박이말 모두 다르매 소리 있고 글자는 없어 글로 통하기 어렵더니 하루아침에 신과 같은 솜씨로 지어내시니 우리 겨레 오랜 역사의 어둠을 비로소 밝혀 주셨네.’

세종대왕께서 신과 같은 솜씨로, 병마와 싸우면서 만들어 주신 고귀한 글자 한글. 모든 어려움을 꿋꿋하게 이겨내 이렇게 훌륭한 글자를 만들어 주셨는데, 학생들과 수업을 하면서도, 만약 그때 이렇게 천재적인 세종대왕께서 훈민정음을 창제하지 않으셨다면, 지금 우리는 어떤 글자를 쓰며 어떤 삶을 살고 있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용자례 수업에서는 선생님께서 준비해 주신 사진 자료들 덕분에 이해가 쏙쏙 되었습니다. 94개의 순우리말 예들을 하나하나 짚어보면서 다음에 다시 천천히 살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많은 말들 중에 왜 이 단어들을 선택했을지, 어떤 뜻이 담겨있는지 알아보고 싶습니다. 선생님 말씀대로 현대 낱말의 표기와 발음도 비교해 보고 싶습니다.

첫 시간, 선생님께서는 외솔 최현배 선생님의 영향을 받아 한글 연구를 시작하셨고, 세종대왕께서 한글을 창제하신 후 어렵게 어렵게 한글을 지켜낸 수많은 분들이 계셨고, 그중에도 외솔 최현배 선생님의 뒤를 잇는 한글 학자가 되고 싶다고 말씀하셨습니다. 12차시 강의를 다 듣고 나니, 선생님이야말로 진정 최현배 선생님의 뒤를 잇는 위대한 한글 학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어려운 내용을 모두가 알아들을 수 있도록 상세하게 설명해 주시고, 그 해설서도 직접 펴내시고, 28개 국어 번역본까지 만들어 전 세계인들이 한글의 위대함과 세종대왕의 깊은 뜻을 알 수 있게 널리 알리시려는 선생님의 열정이 그 누구보다 빛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선생님께 수업을 들었으니, 이제 제가 해야 할 일은 학교에서 훈민정음에 담긴 세종대왕의 깊은 뜻을 최선을 다해 조금이라도 더 많은 학생들에게 제대로 전해주어야겠습니다.

귀한 강의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선생님의 수업을 많은 사람들이 들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멀리서 늘 선생님의 연구를 응원하고 있겠습니다.

- 2022.10.20. 훈민정음해례본강독 15기 고시영


최준화

최준화 / Choi, Jun-Hwa

한글닷컴(Haangle.com)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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