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Nav

에디터정보

Haangle Latest

latest

대한민국 애국가 노랫말의 어휘론적 고찰

1. 나라를 대표하는 노래 우리나라의 국가(國歌)는 ‘나라사랑의 정신을 일깨우는 노래’ 란 뜻으로 <애국가>라 이른다. 국가의 공식적인 행사는 물론 여러 단체들의 의식에서 애국가를 부른다. 현재의 애국가로 정착된 것은 1948년 ...


1. 나라를 대표하는 노래

우리나라의 국가(國歌)는 ‘나라사랑의 정신을 일깨우는 노래’ 란 뜻으로 <애국가>라 이른다. 국가의 공식적인 행사는 물론 여러 단체들의 의식에서 애국가를 부른다. 현재의 애국가로 정착된 것은 1948년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이다. 작곡자는 안익태로 알려져 있지만, 노랫말을 지은 사람은 확실하지 않다. 그 동안의 검토에 의하면 안창호·윤치호가 지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이 글에서는 애국가의 음악적인 분석보다는 노랫말의 어휘론적 고찰을 통해 그 함축적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 정확한 발음으로 노랫말에 담겨 있는 뜻을 생각하며 애국가를 부른다면 나라사랑의 정신이 그 만큼 커질 것이다.

2. 주요 어휘의 특성과 함축적 의미

애국가의 노랫말은 토박이말과 한자말이 후렴을 포함하여 거의 절반씩 섞여 있다. 그러면 노랫말의 주요 어휘에 주목하여 단어나 어구 중심으로 함축하는 뜻이나 음운적 변동을 살펴보기로 한다. 보통 노랫말은 운율적인 면을 고려하여 의미가 겹치는 말이 덧들어 가거나 생략하는 사례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좋을 것이다.

1) 동해물과 백두산: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바다와 산이다. 이처럼 대표적인 부분을 가지고 전체를 비유하는 수사법을 대유법이라고 한다. 즉, 우리나라의 전 국토를 일컫는 표현이다.

2) 마르고 닳도록: 기본형은 ‘마르다’와 ‘닳다’이다.동해의 물이 마르고 백두산의 흙이 닳아 없어질 때까지의 의미로 해석된다. 어떤 일을 할 때 ‘끝까지’, ‘힘이 다할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닳도록‘은 [달토록]으로 혼성되어 발음된다.

3) 하느님: ‘하늘’에 존칭 접미사 ‘님’이 붙었다. ‘하늘’에서 받침 ‘ㄹ’이 탈락되었다. ‘하느님’은 ‘범신론적인 하늘의 신’이라는 뜻이다. 유일신의 의미가 있는 ‘하나님’과 구분된다.

4) 보우(保佑)하사: 애국가의 노랫말 가운데 혼동하기 쉬운 단어이다. ‘보우하다’는 ‘보살펴 도와주다’라는 뜻이다. 더 많이 쓰이는 ‘보호(保護)하다’와 발음이나 의미에서 구분이 쉽지 않다. ‘보호하다’는 어떤 사물이 훼손되지 않도록 잘 보살펴 지켜준다.’ 는 의미이다. ‘자연~’, 그리고 ‘-사’는 용언의 어간에 붙는 예스러운 표현으로 ‘-시어’의 뜻을 나타내는 어미이다. 그러니까 하느님이 우리 민족을 ‘보살펴 도와주시어’ 정도로 이해하면 좋을 듯하다.

5) 만세(萬歲): ‘만세’는 ‘만 세대로 이어지면서 영원히 산다.’는 뜻이다. 그런데 ‘경축이나 환호의 뜻으로 외치는 소리’일 때는 감탄사로 쓰인다. ‘대한민국 ~’가 그렇다.

6) 무궁화 삼천리: ‘무궁화(無窮花)’는 ‘끝이 없이피는 꽃’으로 우리나라의 국화이다. ‘삼천리(三千里)’ 는 남북 간 우리나라 국토의 거리를 이르는 말로 뒤의 ‘화려강산’과 함께 우리나라 전체를 가리키는 말이다. 일종의 대유법적인 표현으로 ‘아름다운 금수강산 우리나라’라고 보면 될 것이다.

7) 대한 사람: ‘대한(大韓)’은 1897년 ‘대한제국’의 준말로 써왔던 국호로서 오늘날 ‘대한민국’의 준말이기도 하다. 그러니 ‘대한사람’은 우리 국민을 일컫는 말이다.

8) 보전하세: 한자어 ‘보전(保全)하다’는 ‘보존(保存)하다’와 구분된다. ‘보전하다’는 ‘온전하게 잘 지킨다’는 뜻이고, ‘보존하다’는 ‘잘 간수하여 존속하게 하다’로 약간의 차이가 있다. ‘문화재 보존’이 맞다. 여기서 ‘-세’는 동사의 어간에 붙어 ‘어떤 행동을 함께 하자’는 뜻을 나타내는 종결 어미다. 이렇게 볼 때 애국가는 우리에게 무엇을 지시하기보다는 설득과 권유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특히 후렴구의 마지막 단어는 모두 ‘보전하세’로 끝나고 있다.

9) 남산: 애국가 2절의 노랫말 ‘남산’의 의미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물론 작사자가 서울의 남산을 의식하고 썼을 수도 있다. ‘남산’ 이니까 ‘남(南)쪽에 있는 산’을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느 곳을 가도 흔히 ‘남산’이라고 부르는 산이 있다. 그렇다고 꼭 남쪽에 있는 산은 아니다. 원래 ‘남(南)’은 ‘앞’(前)의 의미가 있었다. 그래서 ‘남산’은 그냥 ‘앞산’ 정도로 보는 게 좋다. 이와 함께 ‘북(北)’ 은 ‘뒤’의 뜻이 있었다.

10) 철갑을 두른 듯: ‘철갑(鐵甲)’은 ‘쇠로 만든 갑옷‘이다. 소나무는 절개와 지조의 상징인데 대한사람의 기개와 품격이 쇠로 만든 갑옷을 두른 장군처럼 당당하다는 뜻이리라.

11) 바람서리: ‘바람서리’에서 ‘서리’를 많이 혼동한다. ‘서리’를 ‘소리’로 알기도 한다. 그러나 ‘서리’가 옛말에서는 ‘사이(間)’의 뜻이니 '바람 사이에서'의 뜻이 된다. 그러나 글쓴이의 생각으로는 ‘서리’는 늦가을에 이슬이 하얗게 변한 기상 형태인 ‘서리(霜)’ 를 의미한다. 그러므로 ‘바람서리’를 한자어로 바꾸면 ‘풍상(風霜)’이 된다. 그러니, ‘세상살이의 고초와 어려움’이라는 뜻을 함축한다. 이렇게 볼 때 대한사람은 갖은 시련과 고통 속에서도 소나무처럼 꿋꿋한 기백으로 이겨내고 있다는 것이다.

12) 공활한데: ‘공활(空豁)하다’ 는 ‘텅 비어 매우넓다’는 뜻의 형용사이다. 우리나라 가을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탁 트여 높기로 유명하다.

13) 일편단심(一片丹心)일세: 이 무렵 밤하늘에떠오르는 한가위 보름달은 ‘한 조각 붉은 마음’으로 나라사랑의 참된 정성을 일깨운다.

3. 노랫말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

이상으로 애국가 주요 노랫말의 어휘적 특성과 함축적인 의미를 살펴보았다. 우리가 늘 부르는 애국가 노랫말의 정확한 뜻을 알고 노래를 부르는 것은 국민으로서 기본 교양일 것이다. 이에 따라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달라질 수 있다. 더 나아가 나라를 대표하는 노래로서의 위격을 높일 수 있다. 이처럼 음성과 의미의 결합체로서의 언어인 노랫말은 우리에게 많은 메시지를 전해 주는 도구인 것이다.



전홍섭

전홍섭

교육 칼럼니스트, 전직 중등교장

jhs10111@hanmail.net



댓글 없음

Latest Articles

LANGU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