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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학이라는 독자적 학문 체계의 완성본 - 『한글학』(2023, 김슬옹)을 읽고

1977년 한글학회 건물이 준공되던 해부터 전국 국어운동고등학생 연합회의 일원으로 활동한 저자의 서문을 보면서 한글을 독자적인 학문으로 구축한 그의 열정이 느껴져서 국어를 가르치는 교사로서 더 와 닿았다. 나도 한글을 가르쳐본 경험도 있고...



1977년 한글학회 건물이 준공되던 해부터 전국 국어운동고등학생 연합회의 일원으로 활동한 저자의 서문을 보면서 한글을 독자적인 학문으로 구축한 그의 열정이 느껴져서 국어를 가르치는 교사로서 더 와 닿았다. 나도 한글을 가르쳐본 경험도 있고 한글을 바탕으로 하는 학문인 국어를 가르치는 교사인 만큼 한글의 아름다움과 우수성은 이미 체화되어 입에서 달달 나올 정도로 알고 있고, 훈민정음 서문은 ‘나랏말 미~’는 수십 번 강의를 해보았을 정도로 한글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자부심이 있는 나였다.

이 책은 총 15장으로 구성되어 한글학의 개념부터 한글 명칭론, 한글 철학론, 한글 세계화론 등 한글 관련 모든 분야를 아우르고 있다. 저자는 한글운동가로서 한글의 의미와 가치를 가장 객관적인 학문으로 이론적 근거를 규명하고자 이 책을 집필했다고 서문에 서술하고 있다.

저자는 또한 학문과 삶을 철저히 일치시켰던 세종, 헐버트, 주시경, 최현배의 뒤를 잇고자 하는 목표를 갖고 있으며, 한글학의 뿌리는 세종이 펴낸 “훈민정음” 해례본인데 해례본 연구로 세 번째 박사학위를 연세대 국문과에서 받았고 이 책에서 한글의 가치를 인식한 헐버트 박사를 조명하기도 했다. 특히 주시경의 뒤를 이은 최현배의 『한글갈』(1942)이 이 책의 이정표 역할을 했음을 강조하고 책 앞에 이 책을 외솔 최현배 선생께 바친다는 헌사 또한 남겼다.

이중 가장 매력적인 장은 6장의 융합교육론이었다. 한글 가치의 중요성은 한글 교육으로 이어질 때 의미가 있고 가치가 있다는 저자의 생각처럼 나 역시도 고등학생을 가르치는 교사로서 한글 제자원리, 창제 배경, 발전 과정 등을 ‘어떻게 융합교육으로 가르칠 것인가’라는 부분에 대해 깊이 있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매년 한글날이 되면 한글날 특화 교육이라고 해서 아이들에게 한글을 더 사랑하게 만들 수 있는 다양한 교육 방법을 모색해 왔던 터라 최근 교육계의 주요 흐름이라고 할 수 있는 융합 교육과의 전략 등이 궁금해졌다.

2022 교육과정에 맞추어 국어과 교과목들도 그 이름을 ‘화법과 언어’, ‘독서와 작문’과 같이 이름을 변화시켰고 진로 선택과목으로 ‘주제탐구 독서’, ‘문학과 영상’, ‘직무 의사소통’이 있다. 융합교육론과 같이 고민해 볼 수 있는 융합 선택과목으로서 ‘독서토론과 글쓰기’, ‘매체 의사소통’, ‘언어생활 탐구’라는 과목이 생겼다.

단순히 국어를 넘어서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다양한 국어 능력을 키우는 과목을 만들어낸 만큼 한글의 융합교육론을 어떤 과목에서 어떻게 접목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을 하게 만들어준 장이 바로 6장이다.

많은 학교에서 학생들의 인문학적 역량을 높이기 위해서 한글 융합 교육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한글은 세종의 융합적 사고와 융합 학문을 바탕으로 창제되고 반포된 문자라는 저자의 생각에 깊게 동의한다. 다른 나라의 문자와는 달리 한글은 언어학적 요소 외에 음악적 요소, 미술적 요소, 과학적 요소를 지닌 아름다운 문자이다. 따라서 인문사회지식, 입체적 사고력 역량을 통해 한글의 융합 특성을 가르치거나 탐구하게 하는 것을 국어교사로서 고민하고 또 고민하고 있다.

책에서 말하고 있는 ‘한글 홍보대사로 날아보자’라는 교수·학습과정안을 살펴보면 한글날이 들어있는 주간에 국어 수업 시간에 사용할 수 있는 실제 교수학습 과정 안이라 더 좋았다.

상급학교에 진학할수록 국어는 등한시하고 영어과목이나 다른 과목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오늘 날 학생들에게 한글 홍보대사 되기 융합형 수업안 전체 개요 및 차시별 학생 활동지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 좋은 방안 중 하나가 될 수 있어서 교사에게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발표 활동상이라든가 한글 홍보대사증 등 교수학습 방안 자체가 학생의 흥미를 이끌어 낼 수 있어서 더 좋을 것 같았다.

올해 수능을 본 학생들은 알겠지만, 선택과목 ‘언어와 매체’에서 한글 훈민정음의 제자원리에 대한 문제가 출제되었다. 수능에 나오는 개념들은 중요한 개념들만 시험에 나오게 되는데 그만큼 한글의 원리가 학생들이 꼭 알아야 하는 개념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한글 28자의 제자원리 정도는 꼭 알아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또한 관심있게 본 분야로는 ‘한글 맵시론’이 있다. 우리가 컴퓨터로 문서를 작성하는 ‘글’만 보아도 다양한 글씨체를 바꿔서 쓸 수 있는데, 이는 한글의 아름다움을 잘 살릴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다양한 글씨체를 가지고 있는 언어가 과연 몇이나 될까?

‘타이포그래피’라는 활동도 내가 수업 시간에 한글의 아름다움을 살려보려는 방안으로 활용하고 있는 수업이라 더 집중하고 읽을 수 있었다. 자음과 모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표현하면서 본인의 소개를 할 수 있는 수업을 늘 첫 시간에 하고 있는데 이런 수업을 할 수 있는 것도 한글의 맵시론과 관련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한글 맵시론이 한글 미학론이라고 하는 저자의 생각에 격하게 동감하며 결국 한글의 다양한 글꼴을 통해 한글의 아름다움을 알릴 수 있다는 점에서 교사로서 흥미 있는 부분이었다고 생각해 보았다.

그 외에도 한글 문화론이나 한글 역사론 한글 세계화론 등 한글학에 대한 개념과 필요성 특성 등에 대해 잘 정리되어 있어서 국어교사로서 나중에 아이들에게 장별로 나누어 읽히고 토론 수업을 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초임교사였을 때 연세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김슬옹 교수님의 수업을 들었던 적이 있었다.
그때만 해도 단순히 한글에 대한 열정이 가득한 분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한글학』이라는 멋진 책을 펴내신 걸 보고 정말 놀라웠다.

한글학이라는 학문을 정립하고 이를 체계화하고 다양한 이론과 접목하여 글을 쓰신 이번 『한글학』이라는 책은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국어라는 과목을 가르치는 교사로서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꼭 국어 교육에 종사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한글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 책을 추천해 주고 싶다.



이현주

이현주

안산 양지고등학교 국어교사

20031900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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