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학회는 2026년 주시경 선생의 탄신 150돌을 맞이하여 선생이 국어학사에 끼친 공헌과 한국문화사와 민족투쟁사에 남긴 업적을 새롭게 조명하여 그 높고 귀한 뜻을 널리 빛내고자 기념 사업 조직위원회를 발족합니다. 이제 새로운 한 ...
한글학회는 2026년 주시경 선생의 탄신 150돌을 맞이하여 선생이 국어학사에 끼친 공헌과 한국문화사와 민족투쟁사에 남긴 업적을 새롭게 조명하여 그 높고 귀한 뜻을 널리 빛내고자 기념 사업 조직위원회를 발족합니다. 이제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면서 『한글새소식』 신년 호에서는 조직위원회 고문을 맡으신 고영근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최낙복 동아대학교 명예교수, 그리고 조직위원장이신 권재일 재단법인 한글학회 이사장, 조직위원이신 이창덕 외솔회 회장을 초대하여 말씀을 나누어 보았습니다.
<엮은이>
△ 안녕하십니까? 잘 아시다시피, 주시경 선생(1876~1914)은 나라 안팎으로 어려운 시기에 우리 말글을 연구한 국어학자였으며, 또한 우리 민족의 얼과 문화를 꿋꿋하게 지킨 국어 사랑의 실천가였습니다.
이러한 주시경 선생 업적 가운데 가장 훌륭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권재일 이사장: 주시경 선생의 업적 가운데 국어 연구를 현대적으로 발전시킨 업적을 꼽을 수 있습니다.
선생은 나라의 힘과 겨레 정신의 근본적인 바탕이 되는 말과 글을 바로잡기 위해 말소리와 문법을 연구하셨는데,
선생의 독창적이고 합리적인 이론은 국어 연구의 기반이 되었으며, 선생의 이러한 연구와 우리 말글 사랑의 실천 정신은 그의 제자들에 의해 계승되어 오늘날에 이르고 있으니,
그 업적은 매우 크다고 할 것입니다. 우리말을 우리의 얼과 문화의 뿌리라고 생각한 선생의 학문 태도는 참으로 훌륭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 고영근 고문.
▲ 고영근 명예교수: 주시경 선생은 형이상학적으로는 국어의 발전을 나라의 발전과 관련시키고, 형이하학적, 곧 기호학적으로는 문장의 의미를 파악하는 기본 이론을 세웠다는 것이 가장 큰 업적이라고 봅니다.
선생은 서양 학자들 보다도 앞서 현대기호학의 개념과 일치하는 ‘마음, 일, 일의 뜻, 마음으로 살핌’과 같은 개념을 발판으로 삼아 문장의 의미를 밝혀내는 이론을 전개하였습니다.
또한 선생의 마지막 저술인 『말의 소리』에서 의미를 가진 최소의 단위인 ‘늣씨’를 설정하였는데 이는 역시 서양보다 20년이나 빠릅니다.
▲ 최낙복 고문.
▲ 최낙복 명예교수: 저도 주시경 선생의 여러 업적 가운데 국어학 업적을 먼저 꼽겠습니다. 바로 1910년의 『국어문법』, 1911년의 『조선어문법』, 1914년의 『말의 소리』와 같은 학술서를 발간한 것입니다.
왜냐하면 『국어문법』과 『조선어문법』은 국어 문법의 기초를 정립시킨 책이고, 『말의 소리』는 국어 문법에서 최초로 음성학과 음운론 부분을 분리시킨 책이기 때문에 국어문법학사에서 그 의미가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
▲ 이창덕 회장: 주시경 선생의 업적 가운데 가장 먼저 꼽을 것은 민족주의에 바탕을 둔 근대 국어학을 확립하신 것입니다.
국어학이 학문 체계를 제대로 갖춘 것은 주시경 선생의 책들이 나오면서부터입니다.
선생께서 『독립신문』 발간에 참여하면서 국문동식회를 조직하여 국어 철자법의 기초를 마련하여 현재 한글맞춤법의 바탕을 마련하신 것도 큰 업적입니다.
선생께서는 ‘말이 국가 독립의 바탕이고, 말은 그 민족의 정신이요, 그 정신은 말이다.
이 두 개는 동일성이다.’라고 하여 ‘한말 한글’이 중심이 되는 민족주의 언어관에 바탕을 둔 국어 연구와 교육을 강조하신 것은 매우 훌륭한 업적이라 하겠습니다.
▲ 권재일 조직위원장.
△ 조직위원회에서는 기념 사업으로 선생의 학문과 교육, 국어운동을 새롭게 조명하는 학술 사업, 선생의 업적을 다룬 학술서적과 학생용/청소년용 전기를 출판하여 널리 보급하는 출판 사업,
주시경 학술상을 시상하고 주시경 선생의 업적을 기리는 창작 작품을 공연하는 문화 사업을 비롯하여, 선생의 업적을 기리는 답사 기행, 다양한 공모전 등의 사업을 추진하려 합니다.
선생님께서는 이러한 사업 가운데 가장 뜻깊은 활동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 고영근 명예교수: 주시경 선생이 닦아 놓은 업적 덕택으로 일제강점기에 조선어학회 회원들의 손으로 우리말 철자법을 제정하여 우리말 사전을 편찬할 수 있었고
조선어학회 수난을 겪으면서도 우리말을 지켜 낼 수 있었다는 점을 상기할 때,
국비 지원으로 우리 말글 학술상을 제정하여 자라나는 세대와 국내외 동포는 물론 외국인들에게 우리 말글의 애호 정신을 고취할 것을 정부에 건의해야 할 것입니다.
상금은 1억 원 이상이어야 하고, 이는 우리 말글을 지키고 가꾸는 데 1세기 이상의 심혈을 기울인 한글학회에서 주관해야 할 것입니다.
▲ 이창덕 회장: 주시경 선생께서 하신 일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 학문 연구와 저서 출판, 둘째, 나라 말글 교육과 후진 양성, 셋째, 국민 계몽과 국권 회복입니다.
이 세 가지 가운데 21세기 대한민국에서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일은 우리 말글을 살리는 교육과 후진 양성이라고 봅니다.
다음 세대에 우리 말글의 위대함과 중요성을 우리 삶에서 실천하도록 교육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봅니다.
주시경 선생과 그 제자들이 우리 말글을 살리려 애썼던 노력과 결과물들을 찾아 자료를 만들어 실제 교육 현장에서 가르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 최낙복 명예교수: 저는 주시경 선생의 학문 업적을 널리 펴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에서제시한 책들, 즉 『국어문법』, 『조선어문법』, 『말의 소리』를 각각 짝수 쪽에는 원문을 영인하고 홀수 쪽에는 원문을 현대어로 고치고,
해설과 각주를 붙여서 새롭게 세 권의 책을 출판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누구나 주시경 선생의 이론을 쉽게 읽을 수 있게 널리 보급하기 위해서입니다.
아울러 이렇게 출판한 책은 각 대학의 인문학 분야 교재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 권재일 이사장: 저는 위의 여러 사업이 다 가치 있고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가운데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주시경 선생의 정신을 젊은이들이 이해하고 그 정신을 따르게 하는 사업입니다.
예를 들어 초등학생용, 중고등학생용으로 주시경 선생의 전기를 출판하여 널리 보급하고, 더 나아가서 이에 대한 독후감을 글이나 영상으로 제작하게 하여 상을 주는 일입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선생의 나라 사랑, 말글 사랑을 젊은 세대가 이해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 오늘날 우리들의 말글 생활이 어지럽다고 합니다. 불필요하게 외국어를 섞어쓰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고, 품격 없는 말씨가 널리 퍼져가는 현실입니다.
이러한 현실을 비추어 볼 때, 우리들이, 특히 젊은이들이 주시경 선생의 말글 정신 가운데 어떤 면을 이어받아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 최낙복 명예교수: 청소년들을 위하여 주시경 선생의 일생, 말글에 대한 논설, 어록 등을 수록한 도서를 출판하는 일입니다.
여기에 토론 과제로 제시하여 읽기 교재, 토론 교재, 논술 교재로 활용하는 일입니다.
이것을 각 지방 교육청, 각급 학교를 통해 교사들에게 널리 보급하고, 이를 학교 교육을 통해 학생들에게 제공하여 주시경 선생의 우리말과 우리글에 대한 정신을 이해하고 계승,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 이창덕 조직위원.
▲ 이창덕 회장: 오늘날 우리의 언어 현실을 볼 때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이 무분별한 외국어 남용과 국어 정체성을 혼란스럽게 하는 혼합된 말, 비속어를 지나치게 쓰는 것입니다.
외국 문물을 받아들이고 교류하면서도 주시경 선생이 노력한 것처럼 나라의 정체성, 우리 말글의 존엄성이 지키려는 노력을 이어가야 합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공문서, 홍보물을 보면 아직도 불필요한 한자어와 외국어 남용과 오용이 심각합니다.
주시경 선생께서 국어 교육과 운동에 온 힘을 기울이신 것을 되새기면서 몇백 년 뒤에 우리 말글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인지 고민하고, 점검해 보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 권재일 이사장: 주시경 선생은 국어운동의 선구자로서 업적 또한 큽니다. 오늘날 일상생활에서 불필요하게 외국어를 마구 쓰는 것을 바로 잡기 위해서는 주시경 선생이 우리말을 우리의 얼과 문화의 뿌리라고 생각한 정신을 이어받아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가 외국어 쓰기를 더 좋아하는 것은 오로지 우리말에 대한 자긍심이 없기 때문입니다.
▲ 고영근 명예교수: 주시경 선생은 우리말과 우리글로 일제에 항거하며 우리나라가 독립국임을 뒷받침하였고, 기호학을 바탕으로 하여 우리말을 연구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하였습니다.
우리 민족이 해방되자 바로 우리말로 교육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주시경 선생 덕택입니다.
이러한 정신을 우리 젊은 세대들이 계승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젊은 세대들이 전통 학문의 현대화와 그 수용에 관심을 기울이게 해야합니다.
△ 여러 소중한 말씀 고맙습니다. 이제 마무리하면서 주시경 선생 기념 사업에 대한 그밖에 좋은 의견,
국민의 말글 생활과 연구가 나아갈 방향 등에 대해 말씀을 간단하게 듣도록 하겠습니다.
▲ 이창덕 회장: 주시경 선생 기념 사업이 일회성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온 국민이 주시경 선생의 정신을 이어 우리 말글 생활에서 실천하도록 사회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교육과정 개편과 교과서 편찬을 통해서 주시경 선생을 비롯한 국어학자들의 노력과 업적을 가르치도록 힘써야 하겠습니다.
선생께서 뜻하셨던 우리 말글의 발전된 모습이 실현되도록 지금의 국어기본법과 그 시행령도 현실에 맞게 고쳐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최낙복 명예교수: 주시경 선생을 비롯한 선열들이 우리말과 우리글을 가꾸고 지켜온 숭고한 정신을 이어가기 위하여 한글학회는 우리말,
우리글에 대한 토론 주제를 제시하고 그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하여 특히 청소년들이 우리말, 우리글에 관심을 가지게 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고영근 명예교수: 일제강점기에 조선어학회 회원들의 손으로 맞춤법을 만들고 표준말을 사정함으로써 사전을 편찬하여 우리말을 지켜 낸 것이 모두 주시경 선생이 닦아 놓은 언어철학의 덕분입니다.
이제 주시경 선생 탄신 150주년을 맞이하면서 온갖 어려움 속에서 우리말을 연구하고 지켜온 정신을 한글학회 회원은 물론, 온 국민들이 이어받아 나가야 할 것입니다.
▲ 권재일 이사장: 오늘날 말글 생활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온 국민이 우리 말글의 가치를 바르게 이해하고,
나아가서 우리 말글에 대해 자긍심을 가지고, 말글 생활을 편하게, 정확하게 그리고 품격 있게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는 것이 바로 주시경 선생의 우리 말글 사랑의 높은 뜻을 이어받아, 그래서 말이 올라 나라도 함께 오르는 길이라고 믿습니다.
성삼문
한글집현전 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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