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610호 발간을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한글 새소식』을 꾸려온 성기지 선생님이 정년퇴임을 하였다. 29살 청년 시절부터 근 30여 년간 우리말과 글에 대한 깊은 애정과 남다른 책임감으로 묵묵히 일을 맡아 오신 데 저절로 머리가 숙...
지난 6월, 610호 발간을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한글 새소식』을 꾸려온 성기지 선생님이 정년퇴임을 하였다.
29살 청년 시절부터 근 30여 년간 우리말과 글에 대한 깊은 애정과 남다른 책임감으로 묵묵히 일을 맡아 오신 데 저절로 머리가 숙여진다.
누구나 물러갈 때가 정해져 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당장 성기지 선생님만큼 이 일을 해 낼 적임자를 구할 수 없으니 학회로서는 다소 난감한 일이었다.
다행히 한국어교육을 전공한 김나운 선생님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고 짧은 기간 동안 업무를 인수하였다.
그런데 실무야 차차 익혀 나가면 될 일이지만 당장 달마다 내는 새소식 발간 일을 온전히 맡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특히 원고를 청탁하는 일이 그러했다.
이에 회장님께서 당분간은 도움이 필요할 것 같다 생각하여 『한글 새소식』 운영위원회를 조직하였고 얼떨결에 운영위원장을 맡게 되었다.
운영위원회에는 본인 외에 임칠성(외사부 이사), 고동호(국제부 이사), 김슬옹(외사부 이사), 남길임(정보부 이사) 선생님이 위원으로 함께하고 있으며
당연직으로는 학회의 김나운 연구원과 주간으로 김한빛나리 사무국장이 참여하고 있다.
특히 오랫동안 새소식 일을 맡으셨던 리의도 선생님이 자문위원으로 참석해 주시는 것은 참으로 든든하고 고마운 일이다.
새소식 운영위원회는 매달 초에 비대면(온라인 줌)으로 모임을 갖는다.
회의에서는 다음에 발행할 『한글 새소식』을 기획하고 적당한 필자를 추천하는 일을 주로 하며 표지를 정하는 일을 하기도 한다.
이렇게 운영위원회 회의를 거쳐 발행한 첫 번째 『한글 새소식』이 611호이다.
다들 알다시피 학회에서 정기적으로 발행하는 출판물에는 『한글』과 『한글 새소식』이 있다.
1932년에 창간한 『한글』은 햇수로 91년이 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학술지로 창간 이래 지금까지 국어학 전문 학술지로서 소임을 다하고 있다.
이보다는 늦지만 1972년에 창간한 『한글 새소식』 역시 이제 사람 나이로 따지면 쉰이 넘었다.
우리나라에 이렇게 오랫동안 한결같이 자기 위치를 확고하게 지켜온 대중 잡지가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운영위원회가 새로 구성된 만큼 『한글 새소식』의 방향성을 다시 짚어볼 필요가 있었다.
그 가운데 하나는 『한글 새소식』이 이름처럼 ‘새소식’, 특히 한글학회의 소식을 전달하는 데 충실하자는 의견이었다.
물론 지금까지 『한글 새소식』이 학회의 주요 활동을 실어 왔지만 앞으로는 소소한 소식까지 담아내자는 것이다.
이는 다달이 내는 『한글 새소식』이 학회의 역사를 담는 곳간의 역할을 해왔고, 이는 우리 말글 운동의 역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존에 ‘새소식’ 꼭지 안에 이웃 소식과 함께 다루어 오던 것을 ‘우리 학회 소식’과‘이웃 소식’으로 나누어 소개하기로 했다.
우리 말글 운동의 입이 되어 준 『한글 새소식』은 호시탐탐 자리를 위협했던 국한문 혼용 주장과 영어 공용어 궤변에도 흔들리지 않는 파수꾼이었으며 한말과 한글을 사랑하는 이들의 사랑방이었다.
내가 『한글 새소식』을 처음 정기 구독한 것이 대학원 석사 과정 때이니 30여 년이 되었다.
한 번도 거른적 없이 발행했다 하니 지금까지 받아 본 호수가 얼추 360호에 이르는 셈이다.
이 글을 쓰면서 그간 새소식에 실려 있던 글들을 다시 되돌아보았다.
하나 같이 보물 같은 글이다.
특히 지금은 뵐 수 없지만, 9년 동안 한글학회 사전편찬실에서 근무하면서 가까이 뵈었던 허웅 선생님, 김계곤 선생님, 김석득 선생님들의 가르침이 선명하게 남아 있어 새소식의 소중함이 새삼 더 커 보인다.
쉰 살을 넘긴 『한글 새소식』이 이제 젊은 편집자의 손으로 꾸려지고 있으니 편집의 방향이 조금 더 젊어져도 좋을 것 같다.
시대의 흐름에 맞게 온라인으로만 내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당분간은 여러 사람이 두루 볼 수 있도록 기존의 방식대로 종이책으로 발행할 예정이다.
올해 시작한 『한글 새소식』 운영위원회도 새로운 새소식을 발행하기 위해 더욱 고민할 것이다.
올해의 달력도 이제 한 장밖에 남지 않았다.
『한글 새소식』은 내년에도 반가운 소식을 전하는 역할을 다할 것이다. 기대하셔도 좋으리라.
▲<아름다운 우리말>
이번 달 새소식 616호에 표지에 실린 우표는 지난 11월 17일, 우정사업본부에서 ‘햇귀’, ‘봄기’, ‘윤슬’, ‘웃비’ 등 아름다운 우리말을 주제로 한 기념우표를 만든 것입니다.
이 우표들은 각 우리말의 뜻을 나타낼수 있는 자연이 담긴 그림과 함께 아름답고 정답게 표현했습니다.
‘햇귀’는 해가 처음 솟을 때 비치는 빛, ‘봄기’는 봄을 느끼게 해주는 기운 또는 그 느낌, ‘윤슬’은 햇빛이나 달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
‘웃비’는 아직 비가 올듯한 기운이 남아 있으나 한창 내리다가 그친 비를 뜻합니다.
박동근
한글학회 이사, 대진대 교수
muse1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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