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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어학회의 염원, 국립국어사전박물관 의령 건립 추진, 4차 학술발표회에 다녀왔습니다.

사진 출처 : 의령군청(제광모)   경남 의령에서 국립국어사전박물관 건립 추진을 위한 학술발표회가 11월 29일(수) 의령군민문화회관에서 열렸다. 올해로 4회 차를 맞은 이번 학술회에서는 의령군민들의 국립국어사전박물관 건립에 대한 뜨거운 열기...

사진 출처 : 의령군청(제광모)

  경남 의령에서 국립국어사전박물관 건립 추진을 위한 학술발표회가 11월 29일(수) 의령군민문화회관에서 열렸다. 올해로 4회 차를 맞은 이번 학술회에서는 의령군민들의 국립국어사전박물관 건립에 대한 뜨거운 열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학술회가 4년 차에 접어들기까지 국립국어사전박물관 건립이 추진되고 있었다는 사실이나 의령이라는 지역을 아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다. 

의병 곽재우, 삼성의 창업자 이병철 회장이 의령 사람이라는 것으로 의령이라는 지명을 알려 볼 수 있다면, 사전박물관과 의령의 관계는 어디에서 찾아볼 수 있을까. 

사전과 의령의 연관성을 찾기 위해서는 조선어학회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조선어학회의 구체적인 활동에 대해서는 영화 <말모이>를 보았다면 조금은 이해가 쉽다. 대일항쟁기에 사전 편찬을 주도했던 조선어학회는 1942년 일제가 조선어학회 사건을 일으키면서 완성된 사전 편찬 원고를 빼앗기고 많은 이들이 옥고를 치렀으며 혹은 죽기도 했던 사건으로 더 많이 기억한다. 

  의령과 사전과 조선어학회를 연결 지으면 교집합으로 나오는 세 분이 있다. 독일에서 유학 후 돌아와 사전편찬을 주도하며 학회를 이끌었던 간사장(현 학회장) 고루 이극로(1893~1978) 박사, 학회에 거액의 재정적 지원을 한 남저 이우식(1891~1966) 선생, 전문용어에 대한 이론적 체계를 세우고 초대 문교부 장관을 지낸 한뫼 안호상(1902~1999) 박사, 세 분이 모두 의령 분이다.

  국립국어사전박물관 건립에 대해서는 그간 학술회를 통한 학자들의 공감대 형성이 있어왔고, 정치권에서의 지지와 공약도 얻었다. 그러나 의령 지역 외의 대다수 국민에게는 국립국어사전박물관이 왜 필요한지, 그것도 지역적으로 접근성이 쉽지 않은 의령에 지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의령 지역민의 공감만큼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무엇보다 자료를 수집, 기록, 보존, 전시하는 목적으로 기능하는 박물관의 기능만으로는 타기관의 비슷한 콘텐츠로 운영되는 박물관과의 변별점 혹은 차별성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
  콘텐츠의 차별화 전략도 중요하지만 유물을 감싸 안은 채 시간이 흐름에 따라 찾는 이마저 적어 지역 유물로 전락해 가는 박물관도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의령만의 이야기에서 모두의 이야기가 되어야

  조선어학회 사건을 다룬 영화 <말모이>는 일제에 빼앗겨 잃어버린 줄 알았던 우리말 사전 원고를 광복 후 서울역 운송창고에서 발견했다는 흥미로운 사실을 확산했다. 주인공으로 분한 윤계상의 역이 이극로 박사를 모델로 하여 이극로 박사에 대한 관심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영화를 본 이들조차 이극로 박사가 누구인지 알지 못하는 국민도 많다.

 이극로 박사는 광복 후 1948년 남북 연석 회의차 평양에 방문했다가 잔류하면서 남한에서는 그간 다루어지 않았으나, 조선어학회에서 1933년부터 1941년까지 한글맞춤법 통일안, 표준말 사정, 외래어 표기법 정비 등을 주도하고 1947년 《조선말 큰사전》을 펴내는데 핵심 역할을 한 분이다. 오히려 그의 월북은 한글이 남과 북에서 이질화되지 않고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주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국립국어사전박물관 건립을 위한 국민적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대일항쟁기 조선어학회 활동의 숭고함을 알리고 학회 인물들과 의령 인물들의 행적을 알려 나가는 활동이 필요해 보인다. 특별히 1920년대 독일 유학을 하고 돌아와 바로 사전 편찬에 뜻을 두게 된 이극로 박사와 관련한 흥미로운 일화들을 다양한 콘텐츠로 만들어 알려 나가면 국민적 확산 속에서 콘텐츠의 재생산 등으로 동참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며, 응원과 지지를 보내는 국민도 생겨날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한국어와 한글의 가치가 세계 속에서 높아가고 있다. 나라를 잃은 상태에서 국어의 자리를 빼앗겨 소멸할 위기에 처했던 우리의 말과 글이었다. 국립국어사전박물관 건립을 계기로 어려운 시기에 우리말과 글을 지켜낸 피땀 흘린 흔적들의 이야기가 들불처럼 번져가며 울림으로 다가가고, 국가 차원의 관심 속에서 우리말과 글을 지키려 애쓴 한 분 한 분의 삶이 제대로 조명을 받고 범국민적 감사로 이어지는 붐을 일으키는 바람도 가져본다.

국립국어사전박물관

의령 건립을 위한 4차 학술박표회


지역 활성화 전략과 연계해 활용될 수 있는 박물관

  의령의 인구는 3만 명 미만이지만 의령이라는 지역이 갖는 상징성에서 비롯되어 진행되는 행사가 있다. 한글날 기념 한글주간행사와 부자기운 테마축제라고 하는 리치리치페스티벌이다. 올해 리치리치페스티벌에는 의령 인구의 6배가 넘는 17만 명이 다녀갔다고 한다.

박물관을 말하면 유물(전시물)만 보이고, 사전을 말하면 사전만 보인다.

  박물관은 소중한 유산을 담고 있지만, 건립할 때의 열기에 비해 시간이 흐를수록 생동감을 잃고 정적인 공간으로 전락한다. 특별히 지방으로 갈수록 그러하다. 인구 소멸과 대도시에서 접근의 어려움, 정적인 자료 전시 등이 관람객의 발걸음을 줄어들게 하는 요인이다. 살아있는 박물관을 만들기 위해서는 탄탄한 콘텐츠 확보와 구성, 방문객이 찾아올 수 있는 프로그램을 활성화해야 한다. 사전 박물관이라고 해서 사전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의령이 지닌 사회 문화적 자원과 박물관을 연계하여 차별화된 문화 콘텐츠를 만들고 지역 활성화를 이룰 수 있는 전략을 개발해야 한다.

  사전박물관 건립은 의령군민의 염원이기도 하지만 경상남도지사의 공약이기도 하며 거대 양당 대통령 후보자의 공약이기도 했다. 이는 경상남도 차원에서의 협력이 함께 할 수 있다는 뜻이며, 국가적 이슈가 될 만한 명분과 기획이 들어가면 국가도 나설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제는 실무조직을 꾸리고 전문가들과 협의를 통한 실제적인 진행이 필요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지역사회 유물로 전락하는 박물관 건립만을 이야기하기보다 지역 소멸 시대에 발전적이며 상생할 수 있는 미래 전략을 함께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의령이 지닌 가치와 자원을 발판으로 차별화된 문화 콘텐츠를 만들고 지역 활성화는 물론 국민적·국가적·세계적 관심을 불러 일으켜, 찾아오는 의령, 찾아가는 경남, 문화콘텐츠로 승부하는 대한민국이라는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의령 분들이 지닌 관심과 자긍심이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관심과 자긍심으로 번져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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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민아

차민아 / Cha Mina

한글닷컴(Haangle.com) 대표,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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