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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세종(20) 세종은 융합인문학자였다

세종을 직업 또는 전문가로서 평가하는 방식은 정치가인 임금으로서와 학자로서 평가하는 것이다. 학자 군주였으니 두 분야를 따로 평가하기 어렵지만, 그래도 임금보다는 학자로서 기리는 것이 더 보편적인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 있다. 세종이...


세종을 직업 또는 전문가로서 평가하는 방식은 정치가인 임금으로서와 학자로서 평가하는 것이다. 학자 군주였으니 두 분야를 따로 평가하기 어렵지만, 그래도 임금보다는 학자로서 기리는 것이 더 보편적인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 있다.

세종이 학자라면 어떤 학자일까? 대표 업적인 훈민정음을 중심으로 보면, 언어학자나 문자학자라고 자리매김할 수 있다. 세종 생애 막바지인 47세(1443) 때 창제하고 50세(1446)에 반포한 훈민정음은 당연히 어느날 우연히 발명된 발명품이 아니다. 최소 10년 이상 연구한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나온 것이고 그러한 학문적 성과의 집약체가 “훈민정음 해례본(1446)”과 “동국정운(1448)”, “용비어천가(1447)” 등이다.


▲ (왼쪽)마가렛 토마스의 Fifty Key Thinkers on Language and Linguistics (오른쪽) 김슬옹의 세종학과 융합인문학. © 세종신문

이제 세계적인 평가도 만만치 않다. 가장 두드러진 평가가 유럽 언어학계의 거장 마가렛 토마스의 평가로 그는 2011년에 펴낸 “Fifty Key Thinkers on Language and Linguistics”라는 책에서 50여 명의 인물에 올려놓으며 세종대왕을 높이 평가했다.(≪세종학과 융합인문학(보고사)≫에 번역과 원문 수록)

여기서 동양인은 기원 전 인물인 인도의 파니니를 빼고는 세종대왕이 유일하다. 토마스는 세종이 발명한 한글과 인쇄기술의 혁신은 문맹률을 줄이려는 고민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았고 한글은 적절한 언어학적 디자인(felicitous linguistic design)이라고 평가했는데, 이는 한글을 단순한 문자 발명품이 아니라 언어학적 성과로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문자학이나 언어학의 유럽 중심의 역사를 차단할 만큼 강력한 성과라고 보았다. 그런데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세종을 문자학자나 언어학자로 제대로 가르치거나 연구하고 있지 않다.


▲ 마가렛 토마스가 “Fifty Key Thinkers on Language and Linguistics”에서 소개한 50여 명의 인물. © 세종신문

둘째는 수학자나 과학자로 보는 방법이 있다. 실제로 세종은 수학자였고 과학자였다. 이토 준타로(伊東俊太郞) 등이 1983년에 펴낸 《과학사 기술사 사전(科學史技術史事典)》(홍문당, 도쿄)에 의하면 15세기, 세종대왕 시대의 세계 중요 과학기술 업적은 조선이 29건, 명나라가 5건, 일본은 0건이었고, 동아시아 이외 세계는 28건이었다는 평가에서 드러난 성과만 알 수 있다(박현모, 2014, ≪세종이라면≫, 미다스북스, 78쪽. 참조). 물론 대부분 공동 연구였지만 그 중심에 세종이 있었다.

셋째는 필자가 ≪세종학과 융합인문학≫(보고사, 2019)에서 자리매김한 것처럼 융합인문학자로 볼 수 있다. 물론 현대 학문 체계로 본 평가다. 융합인문학은 사람다움을 추구하는 인문학을 중심으로 다른 학문을 융합하는 학문을 가리킨다. 곧 인문학의 4대 분야인 소통을 다루는 언어학, 근본을 따지는 철학, 성찰을 다루는 역사학, 총체적인 경험을 강조하는 문학을 중심으로 과학, 사회학, 심리학, 교육학, 미학 등 다른 학문을 융합하는 통섭학문이다. 세종 또한 지금의 언어학이라 할 수 있는 정음학을 중심으로 철학과 역사학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 인문학자였으며 이런 인문학은 다른 학문의 바탕이 되거나 다른 학문이 녹아드는 용광로와 같은 구실을 하였다.

융합 역량은 현 교육과정과 인공지능 시대의 핵심 인재 역량이다. 융합 역량 기르기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보편 흐름이다. 그런데 융합 역량을 기르는 지혜는 이미 15세기 세종 시대에 마련됐다. 집현전은 융합 인재를 기르는 산실이었으며, 지금으로 봐도 첨단 방식인 월급 받고 집에서 연구하기인 <사가독서제>까지 실시해 그 성과를 이끌어냈다.

▲ 세종학과 융합인문학. © 김슬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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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글은 <세종신문>에 필자가 연재했던 것입니다.





김슬옹

김슬옹

한글닷컴(Haangle.com) 연구소장/편집위원, 세종국어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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