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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세종(17) 이영훈 교수의 세종 내리깎기(폄하)의 불순한 의도

친일 주장으로 유명한, 낙성대경제연구소의 이영훈 서울대 명예교수(이승만 학당 교장)는 2018년에 ≪세종은 과연 성군인가≫이란 책을 발간해 베스트셀러에 오를 만큼 많은 화제를 뿌렸고 지금도 이 책이 꾸준히 팔리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의 결...


친일 주장으로 유명한, 낙성대경제연구소의 이영훈 서울대 명예교수(이승만 학당 교장)는 2018년에 ≪세종은 과연 성군인가≫이란 책을 발간해 베스트셀러에 오를 만큼 많은 화제를 뿌렸고 지금도 이 책이 꾸준히 팔리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의 결론은 세종은, 조선의 사대부들에게나 성군이었고 일반 백성에게는 성군이 아니었으며, 더더구나 육백 년이 지난 오늘날의 국민에게는 성군일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결론과 그 논거들이 객관성과 공정성이 결여되어 있음에도, 실증주의로 위장한 그의 주장이 많은 독자를 꾸준히 현혹하고 있는 셈이다. 일본 극우 논리를 옹호한 ≪반일 종족주의≫(2019)의 대표 저자이기도 한 이영훈의 세종 비난은 세종 업적을 총체적이면서 과학적으로 평가하지 않고 일부 근거를 자의적으로 인용하거나 해석한 것으로 극우 논리의 연장 선상에서 이루어졌다.

아쉽게도 이 책에 대한 정면 반박과 토론은 주장의 파장에 비해 많지 않다. 박현모 교수는 세종전문가답게 학계에서는 제일 먼저 “박현모(2018). 세종은 정말 노비 폭증의 원흉인가? ≪주간조선≫ 2510호.”, “박현모(2018). 이영훈 교수 세종 비판에 대한 두 번째 반박: 세종은 사대주의자가 아니다 그는 사대전략가다. ≪주간조선≫ 2516호.” 등으로 체계적이면서 강력하게 반박했지만, 이영훈의 곡학아세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 (좌) 이영훈 교수의 <세종은 과연 성군인가>, (우) 이에 대한 반론서 <세종은 과연 성군인가, 우문에 대한 현답>(권오향ㆍ김기섭ㆍ김슬옹ㆍ임종화)

이영훈 교수는 자신의 주장에 대해 감정적으로 비난하는 사람은 많아도 학술적으로 차분하게 비판하는 사람은 못 보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의 비아냥이 아니더라도 침묵은 동조로 오해를 줄 수 있다. 그래서 필자는 세종 정신을 연구하는 원정재 회원들과 더불어 그의 주장과 근거가 왜곡됐거나 잘못됐음을 입증하는 “권오향ㆍ김기섭ㆍ김슬옹ㆍ임종화(2020). ≪세종은 과연 성군인가, 이영훈 우문에 대한 현답≫. 보고사.”라는 반론서를 펴냈다.

필자들은 ≪세종실록≫의 기사들이 잘못 해석되고, 세종을 내리깎는 근거로 악용되어, 그런 오류를 독자들이 자칫 사실로 믿게 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이 책을 엮었다. 주제별 집필자는 다르지만, 함께 고민하고 토론한 결과로, 이영훈의 저서에 소개된 주장들의 설득력을 자세히 검증하고, 입증을 위해 제시된 자료들이 적재적소에 정확하게 인용되었는지를 꼼꼼히 따져보았다. 꽤 오랫동안의 작업을 통해, 믿을 만한 역사기록과 차이를 보이거나 보통 사람의 건전한 상식 범위를 벗어났다고 판단되는 부분들을 체계적으로 간추린 다음, 뼈대를 세우고 살을 붙이는 과정을 거쳐서 이 책을 내놓았다.

이 책은 크게 “세종의 사대(事大)는 위민보국 전략이다, 세종은 과연 노비 양산과 억압 원인을 제공했는가, 훈민정음 한자음 발음기호 창제설은 허구다, 진정한 성군은 어떤 의미인가” 등과 같이 네 부분으로 구성됐다. 필자가 맡은 훈민정음 창제, 반포 목적도 이영훈 교수는 양반들을 위한 한자음 발음기호로 만들었다는 정광, 정다함 등 일부 학자들의 잘못된 주장을 근거로 훈민정음 가치와 역사를 송두리째 왜곡하고 있다. 한자음 발음기호 창제설의 허구성은 본지 연재물 6회의 “훈민정음 해례본의 한글 표기 낱말 124” 글만 참고해도 금방 알 수 있다.

다행히 최근에서야 “소순규(2021). 사회경제사로 윤색된 뉴라이트 ‘유교망국론’―이영훈, 『세종은 과연 성군인가』의 노비제론 비판. ≪역사비평≫ 136호(가을호). 역사비평사.”라는 본격적인 비판 논문이 나오고 있다. 일본에서 더 인가가 있다는 ≪반일 종족주의≫에 대한 제대로 된 반론서인 ≪신친일파 -“반일 종족주의의 거짓을 파헤친다≫라는 책이 나와 친일 논리 확산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역사를 역사답게 가르치는 한국사 강의로 유명한 황현필 님은 한 유튜브 강의에서 “일제 강점기 때의 일본인들조차 감히 건드리지 않은 세종을 폄하한단 말인가?”라면 이영훈의 주장과 논리를 비판한 바 있다. 물론 필자도 학자로서 세종을 무조건 칭송하거나 신비화하는 것을 반대한다. 그렇다고 이영훈 교수처럼 사실을 왜곡하면서까지 깎아내리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영훈은 세종 폄하 저서 마지막에서 4쪽 반(203∼208쪽) 분량으로 서술된 ‘문명사의 대전환’에서 이승만을 띄우고 있다. 이승만의 긍정 측면을 높이 평가하자는 것은 평가자의 자유지만 왜 하필 세종을 폄하하는 끝마무리에 실었는지 이승만을 띄우기 세종을 깎아내린 것은 아닌지 그 의도가 의심스럽다. 공감토론 김석수 대표는 “이영훈 교수가 뉴라이트를 하면서 일제가 조선을 근대화시켰다는 식민지근대화론을 주장하려고 하다 보니 조선을 폄하할 필요가 있어 쓴 책”으로 페이스북에서 평가하기도 했다. 이 책에 이어 곧바로 펴낸 ≪반일 종족주의≫ 책 의도로 볼 때, 이영훈은 세종을 존경하는 마음과 반일 감정이 가득한 국민의 마음을 악용하려는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인물 평가를 세상에 알리려면 그의 잘한 일과 잘못한 일 등을 꼼꼼하게 확인하고,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또한,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세종은 성군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려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성군이란 무엇이고, 세종의 잘잘못을 가려 성군이 아니라는 근거를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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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글은 <세종신문>에 필자가 연재했던 것입니다.





김슬옹

김슬옹

한글닷컴(Haangle.com) 연구소장/편집위원, 세종국어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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