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새로 알게 된 신조어로 ‘통모짜핫도그’라는 말이 있다. 처음 들었을 때, 그 뜻이 도대체 무엇인지 유추조차 하기 어려웠던 이 말은, ‘잠을 잘 자지 못하다.’라는 뜻의 신조어라고 한다. ‘통모짜핫도그’는 본래 한 핫도그 회사의 제품명인데, ...
최근에 새로 알게 된 신조어로 ‘통모짜핫도그’라는 말이 있다. 처음 들었을 때, 그 뜻이 도대체 무엇인지 유추조차 하기 어려웠던 이 말은, ‘잠을 잘 자지 못하다.’라는 뜻의 신조어라고 한다.
‘통모짜핫도그’는 본래 한 핫도그 회사의 제품명인데, 한 인터넷 게시판에서 어떤 누리꾼이, ‘통모짜핫도그는 맨날 피곤하겠다. 잠을 못 자서.’라고 댓글을 달았고, 또 다른 누리꾼이 그 아래에 ‘정말 그러네.’라고 대댓글을 단 것이 인터넷상에 우연히 퍼지면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한편 ‘통모짜핫도그’의 반대말은 ‘잘자쿨냥이’ 또는 ‘꿀잠자쿨냥이’라고 한다. ‘잘자쿨냥이’는 ‘통모짜핫도그’의 ‘통모짜(통 못 자)’에 대응하는 반대말 ‘잘 자’, ‘핫’의 반대말 ‘쿨’, ‘도그(개)’와 대응하는 ‘냥이(고양이)’를 조합하여 만든 말이고, ‘꿀잠자쿨냥이’는 ‘통모짜핫도그’가 6음절인 것에 맞춰, ‘잘자쿨냥이’를 6음절로 변형한 것이라고 한다.
신조어는 아름다운 우리말을 파괴하고, 세대 간 소통의 단절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젊은 세대의 신조어 사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의견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실제로 한 신문 기사에서, 2019년 전국 만 20세 남녀 약 4,000명을 대상으로 하여 실시한, 신조어에 대한 인식 조사 결과를 본 적이 있는데, 그에 따르면, 신조어에 대한 태도는 부정적 태도가 65% 정도로 높았고, 나이대별로는, 20대는 긍정적 태도와 부정적 태도의 비율이 비슷했지만, 60대 이상으로 갈수록 부정적 태도가 높아졌다.
글쓴이도 신조어를 무분별하게 남발하여 사용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특히, ‘존맛탱’(정말 맛있다), ‘진지충’(매사에 진지한 사람), ‘문찐’(대중문화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처럼, 비속어를 연상케 하거나 누군가를 비하하기 위해 사용하는 저급한 표현은 반드시 삼가야 할 태도라 생각한다. ‘폼미쳤다’(외모나 기량이 매우 좋다)나 ‘알코올쓰레기’(술을 잘 못 마시는 사람)의 ‘미치다’, ‘쓰레기’나, ‘말을 절다’, ‘가사를 절다’의 ‘절다’(버벅거린다는 뜻)처럼, 단어의 부정적 의미의 범위를 확장하여 사용되는 신조어도 그렇게 바람직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신조어는 이처럼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신조어는 언어문화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다. 신조어는 여러 세대로 퍼져나가 전 국민적으로 사용하는 새로운 유행어가 되기도 하고, 이전에 존재하던 언어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새로운 사회 현상을, 쉽고 정확하게 설명하기 위해 신조어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2000년대 초반에 등장했던 신조어 ‘멘붕’(mental崩)은 2012년 가장 많이 사용된 유행어 1위에 오르기도 했고, 지금은 개방형 사전인 ‘우리말샘’에 등재어로 올라갈 만큼 보편적 일상어가 되었다. ‘카공족’, ‘욜로족’, ‘금수저’ 등의 신조어를 통해서는 당시의 사회와 문화를 읽어낼 수도 있다.
신조어는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고, 대중성과 오락성을 드러내는 어휘라는 점에서, 매우 흥미로운 연구 대상이 되기도 하고, 그 교육적 가치도 크다. 언어의 ‘생성, 성장, 소멸’이라는 ‘언어의 역사성’을 아주 짧은 시간 내에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으로, 신조어만큼 적절한 것이 또 있을까? 그리고 재기 넘치는 통찰력으로 만들어진 신조어들은, 광고 등의 분야에서 요구되는 참신한 표현을 만드는 데 아주 훌륭한 참고서가 될 수도 있다. ‘통모짜핫도그’라는 상품 이름에서, ‘핫도그가 잠을 못 자서 피곤하겠다.’라는 생각을 한다든가, ‘잠을 통 못 자는’ 것이 ‘뜨거운 개’(핫도그, hot dog)라면, ‘잠을 잘 자는’ 것은 ‘시원한 고양이(쿨냥이, cool cat)’라는 생각을 하다니 정말 기발하지 않은가?
신조어가 특정 세대에서만 주로 사용하는 언어이므로, 세대 간의 소통을 방해하고, 이로 인한 갈등을 조장한다고는 하지만, 지금까지 신조어가 사용되지 않았던 시대는 없었다. 언어가 의사소통의 도구라는 점을 생각하면, 필요에 따라 신조어를 만들고 이를 사용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게다가 우리말은 어근과 어근, 어근과 접사를 결합하여 새로운 말을 만드는 조어법이 발달된 말이다. 그러므로 말을 분해하고 빼고 넣고 결합하여 다시 새 말을 만드는 일이 우리에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이른바 ‘야민정음’이라 하여, ‘댕댕이’, ‘띵곡’과 같이 단어의 자모를 변형하여 신조어를 만드는 것도, 자음과 모음을 모아서 한 글자를 이루는 한글의 특성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 아니겠는가. 따라서 새 말을 만드는 재미를 느끼는 것도 어쩌면 우리에게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신조어의 사용 자체를 두고 ‘옳다, 그르다’ 소모적인 논쟁을 계속하는 대신에, 생각을 좀 바꿔보면 어떨까? 신조어를 써도 ‘된다, 안 된다’가 아니라, ‘어떻게 쓰면 좋을까?’에 대해 좀 더 주의를 기울이자는 말이다. ‘통모짜핫도그’를 쓰는 것을 좀 내버려 둔다고 해서, 세대 간의 소통이 안 된다거나 ‘통모짜핫도그가’ 일상어로 굳어질 걱정일랑 접어 두어도 된다. 소통이 어려우면 물어보면 되고, 그것이 일상어로 정착하려면, 거부감 없이 널리 받아들여질 수 있어야 하니 말이다. 그 대신, 참신한 발상으로 만들어지는 신조어들을 대상으로 그 뜻을 유추하고 구조를 분석해 보면서, 언어에 대한 감각과 통찰을 키우는 계기로 삼는 것은 어떠한가? 그와 더불어, 신조어 사용에 대한 다양한 논의의 장을 만들어, 청소년들이 스스로 좋은 말을 만들도록 분위기를 꾀하는 것도 필요할 것 같다.
신조어의 사용에 대한 발상의 전환과 열린 태도는, 언어생활을 더 풍부하게 만들어 주는, 신조어의 순기능을 강화하는 길이 될 것이다.
윤재연
호서대 더:함교양대학 창의교양학부 교수
meriel73@hoseo.edu
댓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