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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세종(15) ≪훈민정음≫ 해례본을 읽읍시다

1997년에 유네스코에 첫 번째로 등재된 대한민국 세계기록유산, 훈민정음을 해설한 책, 세종이 1446년에 8인의 신하들과 함께 저술하여 펴낸 책, 15세기로 보나 지금으로 보나 최고의 사상과 학문을 담은 책. 현대 음성학과 문자학 그 이상의 가치...

1997년에 유네스코에 첫 번째로 등재된 대한민국 세계기록유산, 훈민정음을 해설한 책, 세종이 1446년에 8인의 신하들과 함께 저술하여 펴낸 책, 15세기로 보나 지금으로 보나 최고의 사상과 학문을 담은 책. 현대 음성학과 문자학 그 이상의 가치를 담은 책. 33장 66쪽으로 이루어진 책. 한글날의 기원이 된 책. 전 세계 저명한 문자학자나 문자 전문가들이 격찬하는 훈민정음의 제자 원리에 얽힌 내용을 거대하면서도 섬세한 이야기로 풀어낸 책. 가격을 매길 수 없는 무가지보.

바로 ≪훈민정음≫ 해례본이다. 흔히 ≪훈민정음해례본≫이라고 표기하지만 실제 책 제목은 ‘훈민정음’이므로 ‘≪훈민정음≫ 해례본’과 같이 표기하는 것이 맞다.

그런데 이러한 놀라운 책을 우리나라 그 많은 국문과와 국어교육과에서 체계적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상세하게 가르치는 곳이 거의 없다면 상상이 될까? 불행하게도 이는 사실이다. 도대체 인류 문명의 패러다임을 바꾼 책을 옆에 두고도 가르치지 않고 배우지 않는 나라가 이 세상에 어디 있을까? 물론 이 책은 국어 전문가들한테만 필요한 책이 아니다. 문자학, 음성학, 철학, 과학, 음악, 수학 등 다양한 학문이 융합되어 있는 융합서이므로 굳이 국어 전문가들의 전유물은 아니다.

국문과나 국어교육과 교수들이 이 책을 안 가르치는 핵심 이유는 한문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문 전공자조차 어려운 한문이기에 그런 점은 이해가 간다. 그래서 필자는 하도 답답하여 ≪훈민정음 해례본 입체 강독본≫(박이정)이란 책을 개발했다.

한자에 음과 토를 달아 읽기 쉽게 만들고, 언해본 번역과 현대말 번역에다가 영어 번역까지 넣어 입체적으로 해례본을 읽기 쉽게 만든 것이다.

▲ ≪훈민정음 해례본 입체 강독본≫에서는 한자에 음과 토를 달아 읽기 쉽게 만들고, 언해본 번역과 현대말 번역에다가 영어 번역까지 넣었다. ⓒ김슬옹

≪훈민정음≫ 해례본 초간본은 1940년에 경상북도 안동에서 이용준 선생이 발견하고 전형필 선생이 소장하여 현재 간송미술관에 보관되어 있다. 최초 간행도 기적이지만 발견도 소장도 기적이었다. 간송미술문화재단은 교보문고와 함께 2015년에 인류 최초로 초간본을 복간하여 펴냈고, 필자는 원본을 최초로 직접 보고 복간본 간행의 학술책임자로 해설하는 영예를 누렸다. 복간본은 한정판으로 펴내 구할 수 없어 필자의 ≪훈민정음 해례본 입체 강독본≫ 부록으로 실었다.

▲ 2015년 복간본 간행 기자회견 (맨 오른쪽이 필자, 그 옆이 전형필의 친손인 현 간송미술관 전인건 관장). © 김슬옹 제공
▲ ≪훈민정음 해례본≫의 짜임새. © 김슬옹 제공

필자가 비대면 강의와 각종 강연 등으로 훈민정음 해례본 읽기 운동을 펼치는 이유는 단 한가지다. 훈민정음을 쓰는 백성은 누구나 하늘의 백성이라는 놀라운 세종정신과 훈민정음의 보편적 가치가 해례본에 쓰여 있기 때문이다.

이제 세종대왕을 품은 여주시가 훈민정음 해례본 읽기 운동의 거점이 되어야 한다. 번역문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데 한 시간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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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글은 <세종신문>에 필자가 연재했던 것입니다.





김슬옹

김슬옹

한글닷컴(Haangle.com) 연구소장/편집위원, 세종국어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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