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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세종(6) 훈민정음 해례본의 한글 표기 낱말 124

한문본인 ≪훈민정음≫ 해례본(1446)은 글자 수로 보면 표지 제목과 판심 제목을 제외하면 모두 5,337자로 한자는 4,790, 한글은 547자이다. 이 가운데 조사 ‘의,ㅣ’를 제외한 낱말 수는 모두 124개이다. 필자 나름의 기준으로 분류를...

한문본인 ≪훈민정음≫ 해례본(1446)은 글자 수로 보면 표지 제목과 판심 제목을 제외하면 모두 5,337자로 한자는 4,790, 한글은 547자이다. 이 가운데 조사 ‘의,ㅣ’를 제외한 낱말 수는 모두 124개이다.

필자 나름의 기준으로 분류를 해 보면 생활과 도구에 관한 어휘가 33개로 제일 많고 그 다음으로 동물에 관한 어휘가 24, 식물 22, 자연과 날씨 15, 몸 9, 사물과 행위 8, 농사 4, 건물 4, 사람 3, 먹거리 2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래표 참고)

이런 어휘의 특징은 누구나 금방 알아챌 수 있는데, 바로 어린이들도 쉽게 알 수 있는 생활 중심 어휘인 기본 어휘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 또한 몇몇 어휘는 어원을 알 수 없지만, 대부분 토박이말이다. 한자와 한자어가 절대적인 주류 양반들이 엮은 책인데도 그 흔한 ‘지혜(智慧)’와 같은 한자어조차 하나도 없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일부 형태가 바뀐 것을 고려하고 방언 사용까지 허용하면 반 이상이 지금 쓰고 있는 낱말들이다.

▲[표]≪훈민정음≫ 해례본의 한글 표기 어휘 분야별 분류 *( ) 현대 대응어, [ ] 풀이

왜 그랬을까? 여기에 훈민정음 창제ㆍ반포자인 세종의 깊고 넓은 새 문자 보급 전략이 담겨 있다. 새 문자 훈민정음은 양반들한테도 필요한 것이지만 새 문자가 더 절실한 사람들, 바로 한자를 모르는 백성들, 특히 어린 아이들이 알게 하는 것이 더 중요했다. 그래서 훈민정음 교육용 어휘를 가장 쉬운 생활 어휘로만 뽑은 것이다. 굳이 어원을 따지지 않아도 누구나 공감하는 어휘는 오랜 세월 토박이들의 삶을 반영한 어휘들이다. 오랜 세월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말들이니 토박이말이 주로 엮일 수밖에 없다.

양반들이 먼저 해례본으로 훈민정음을 배워 이런 쉬운 일상어로 일반 백성들, 부인과 딸, 아이들까지 가르치라는 것이다. 그야말로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 문자, 훈민정음의 위대한 가치를 보여주는 낱말들이다.

▲훈민정음 해례본 용자례. © 김슬옹 제공

그럼에도 일부 학자들은 세종이 훈민정음을 한자음 발음 기호로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해례본을 제대로 읽지 않은, 세종의 창제 반포 의도를 왜곡한 해괴한 주장들이다. 수십 년 아니 수백 년 동안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오는 말들, 그러나 제대로 적을 수 없었던 말들. 그 말들이 훈민정음으로 그 실체를 드러낸, 저 말들을 보고 어찌 그런 주장이 나오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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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글은 <세종신문>에 필자가 연재했던 것입니다.





김슬옹

김슬옹

한글닷컴(Haangle.com) 연구소장/편집위원, 세종국어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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