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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세종(3) 세종 대중화를 연 책들

세종에 대해 처음 눈을 뜬 것은 철도고등학교 1학년 때 한글학회 부설 전국국어운동고등학생연합회에 가입하면서였다. 고등학생 신분으로 한글학회와 외솔 최현배 선생을 기리는 외솔회 각종 행사를 쫓아다니며 열심히 배웠던 기억이 새롭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

세종에 대해 처음 눈을 뜬 것은 철도고등학교 1학년 때 한글학회 부설 전국국어운동고등학생연합회에 가입하면서였다. 고등학생 신분으로 한글학회와 외솔 최현배 선생을 기리는 외솔회 각종 행사를 쫓아다니며 열심히 배웠던 기억이 새롭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세종에 대해 공부한 것은 1982년 연세대 국문과에 입학하면서였다. 이때는 세종대왕을 기리는 세종대왕기념사업회 각종 행사에 참여하면서 세종에 대한 눈을 키워갔다. 이때 세종에 대한 길라잡이는 당연히 전문적인 학술 책이 아니라 대중적인 책이었다. 내가 대학 2학년 때 세종대왕기념사업회의 13권 문고판 전집이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1983년에 『세종 시대의 예의범절』(김성배), 『세종대왕의 어린 시절』(이태극)이 나왔고, 1984년에 『세종대왕과 훈민정음』(박종국), 1985년에 『세종 시대의 음악』(성경린) 『세종대왕과 집현전』(손보기), 『세종 시대의 보건위생』(안덕균), 『세종 시대의 국토방위』(이해철), 『세종 시대의 문학』(최철), 1986년에 『세종 시대의 미술』(문명대), 『세종 시대의 법률』(박병호), 『세종 시대의 인쇄출판』(손보기), 『세종 시대의 과학』(전상운)이 나왔다. 1987년에 『세종대왕 연보』(세종대왕기념사업회)을 끝으로 5년에 걸쳐 13권 <세종 문화 문고>가 완간되었다. 당시 유행하던 앙증맞은 문고판 형식이고 분야별로 150쪽 안팎의 부담 없는 분량이라 제법 인기를 끌었다. 대개 10여 년에 걸쳐 평균 5쇄 정도 나갔으니 베스트셀러는 아니었지만, 스테디셀러는 된 셈이었다.

▲세종대왕기념사업회에서 발간한 <세종 문화 문고> 중『세종 시대의 예의범절』,『세종대왕과 훈민정음』

이 문고판 전집의 매력은 세종 업적을 분야별로 쪼개 나름 심층 탐구가 가능했다는 점이다. 사실 대중서라기 어려울 정도로 깊이가 있었다. 문고판 형식이었지만 준 학술서에 가까워 세종학 입문서 구실을 했다. 13권 가운데 필자에게 가장 많은 도움을 준 책은 박종국 회장의 『세종대왕과 훈민정음』였다. 국문학도라서 당연하였지만, 세종에 대해 학문적으로나 대중운동으로나 가장 오래 열정을 바친 분의 책이었기에 더욱 그러했다.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창제 동기와 목적, 훈민정음 해례본 내용을 간결하면서도 명쾌하게 밝혀 놓은 책이었다. 필자가 훈민정음 연구로 박사학위를 두 개 받게 만든 길라잡이 책이었다.

세종대왕기념사업회 전집류의 깔끔하면서도 깊이가 있는 내용 서술은 이 전집류의 한계이기도 하다. 대중들에게 폭넓게 파고든 책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본문 편집도 딱딱한 학술서와 다름이 없었다. 본격적인 세종의 대중화 시대를 연 책은 박현모(2008)의 『세종처럼:소통과 헌신의 리더십』(미다스북스)라는 책이었다. 당시 박현모 저자(현 여주대 교수, 세종리더십연구소 소장)를 스타 반열에 올려놓았을 뿐 아니라 세종의 업적과 세종 정신을 널리 알리는 데 충분했다. 베스트셀러가 되었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세종 관련 단체들이 수십 년 동안 세종에 대해 알리려고 하였지만, 충분히 못 한 일을 한 개인의 특정 저서가 한 셈이었다.

▲박현모 교수의『세종처럼:소통과 헌신의 리더십』(미다스북스,2008)

책의 힘은 놀라웠다. 도대체 무엇이 이 책을 뜨게 했을까?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세종처럼>이란 책 제목은 신의 한 수였다. 사람들은 세종대왕이 위대하다고 했지만, 세종에 대해 제대로 몰랐고 ‘세종처럼’ 생각하고 사는 법은 더욱 몰랐다. 그런데 네 글자 제목으로 된 이 책이 그 길을 보여주었다. 이처럼 간결한 책 제목은 드물다. 네 자가 주는 힘은 강렬했고, 맛깔스러우면서도 깊이가 있는, 독자를 푹 빠지게 하는 문체는 제목을 더욱 빛나게 해주었다.

<세종처럼>이 대중서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초등학생들까지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었다. 초등학생들한테 세종에 대해 알릴 수 있는 책 저술에 골몰할 즈음 마침, 세종 생가터 근처에서 일하시며 세종 생가터 복원 운동을 하시던, 고 엄호열 한글파크 회장님이 부르셨다. “김선생, 초등학생들한테 세종 업적을 가장 잘 알릴 수 있는 책을 써 주시오.” 하면서 집필연구비 200만 원을 손에 쥐여 주셨다. 그때가 2013년이었다.

▲김슬옹 교수의『퀴즈 세종대왕:머리에 쏙쏙! 재미는 두 배!』(한글파크, 2015)

어린이들한테 세종 업적을 가장 쉽고 잘 알릴 방법은 퀴즈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온 책이 2015년에 나온 『퀴즈 세종대왕:머리에 쏙쏙! 재미는 두 배!』(한글파크)이다. 세종 정신과 업적을 99% 퀴즈로 구현했다. 이 책이 <세종처럼> 기록을 갈아치워 박현모 교수의 시샘을 받을 줄 알았다. 그러나 그 반대였다. 겨우 2쇄를 찍었다. 퀴즈형식이지만 책 형식의 퀴즈는 결국 학교 시험문제를 닮아서였을까? 다행히 여주 세종 알림이인 박우택 목아박물관 관장이 이 책을 기반으로 놀이(세종 보드게임)를 개발한다고 하니 여간 기쁜 일이 아니다. 놀이는 더불어 신나게 나누는 것이니, 세종대왕을 널리 알릴 수 있다면 놀이만큼 좋은 길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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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글은 <세종신문>에 필자가 연재했던 것입니다.





김슬옹

김슬옹

한글닷컴(Haangle.com) 연구소장/편집위원, 세종국어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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