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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세종(11) 세종 헌정시

시를 워낙 좋아해 고등학교 때부터 애송시를 외우다 보니 100여 편을 외워 낭송할 수 있게 되었다. 주변 사람들은 마치 수도꼭지 틀면 물이 나오듯 시가 흘러나온다고들 추켜세우곤 한다. 그렇다고 시인이 될 만한 재주는 타고나지 못했다. 그러나 가끔 문학...

시를 워낙 좋아해 고등학교 때부터 애송시를 외우다 보니 100여 편을 외워 낭송할 수 있게 되었다. 주변 사람들은 마치 수도꼭지 틀면 물이 나오듯 시가 흘러나온다고들 추켜세우곤 한다. 그렇다고 시인이 될 만한 재주는 타고나지 못했다. 그러나 가끔 문학성이 떨어져도 용서받을 수 있는 결혼 축시와 같은 특별 목적시를 가끔 쓰게 된다. 청혼시로 집사람과의 결혼에 골인하기도 했다.

지난 해 624돌 세종 나신 날에 낭송한 헌정시를 소개하고자 한다.

▲ 헌정시 낭송 영상(유튜브). © 세종 소리 한글

아아 세종! 천 개의 강에 떠오른 님의 노래

지난 해 624돌 세종 나신 날에 낭송한 헌정시를 소개하고자 한다.

하늘과 땅, 사람 사이 사이

보이고 보이나니

철부지 아이들 하하호호 웃음소리

시장 아낙의 왁자지껄 수다 소리

방긋 아가 자지러지는 울음소리

병사들의 우렁찬 외침 소리

밤낮으로 눈 밝히고 지성으로 일군 문자

하늘과 땅 사람 하나 되어

흐르고 흐르나니

정음의 꿈이어라.

거대한 한자의 벽 사맛디 아니할 새

대왕의 사위어가는 눈빛 넘어

임금 되신 스물여덟 해에 28자 정음

스물여덟 별로 뜨니

28자의 꿈, 천 년의 지혜

천지인 삼태극 정음노래

천 개의 강으로 흐르는 문자들

배달겨레 온 나라 가득 적시고 젖는구나.

휘모리 바람결에 용상에 오른 스물두 살 젊은 임금

해마다 휘몰아치는 자연재해

비한방울 거둔 하늘 아래 흙으로 떡을 빚어 먹는 백성들의 퀭한 눈빛 그득한데

어찌 태평성대 이루었으랴.


하늘이 백성이고 백성이 하늘이니

목화토금수, 궁상각치우

어울림 누리

천 개의 강 천 개의 하늘

하늘땅사람, 땅하늘사람, 사람땅하늘

어찌 하나 되는 세상 이루었으랴.

1436년 제주도 어느 노인

다섯 용을 봤다 하니

열 가지 물음으로 예우하는 그 마음으로

학문하고 정치하니

경청과 대화와 토론의 기풍

태평성대의 뿌리어라.

백성들의 생명줄 땅세 형평성 위해

가가호호 귀담아 듣고

서로 함께 상생 누리 위해

대왕의 꿈 뿌리 되고 줄기 되고 가지되니

불휘 기픈 남간 바라매 아니 뮐쌔, 곶 됴코 여름 하나니.

새미 기픈 므른 가마래 아니 그츨쌔, 내히 이러 바라래 가나니. _ 용비어천가 2장

어린 백성 북극별로 세우고자

앙부일구로 햇살 가득 빛나는 백성 만드시고

자격루로 백성과 더불어 흐르시니

측우기로 하늘 뜻 담아내고

혼천의로 별누리 수놓으니

누구나 하늘 백성이었다 하나이다.

아아! 오늘의 세종 백성

정음 문자 정음 노래

사무치는 님의 노래

목청껏 부르리라

더덩실 춤추리라

어울너울 정음 누리

아리아리 서로의 길이 되리.

*사맛디 아니하다 : 통하지 아니하다. 흐르지 아니하다. *사무치다 : 뼛속 깊이 통하다.

시 제목은 세종이 직접 지은 <월인천강지곡>에서 따왔다. 이 노래는 찬불가이지만, 천 개의 강에 떠오른 부처님의 말씀처럼 훈민정음도 모든 백성들의 눈을 뜨게 하는 문자로 거듭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세종 업적에 대한 객관적 사실 기록을 바탕으로 쓴 시다. 2연의 흙으로 떡을 빚어먹는 기록은 세종 5년, 1423년 3월 13일자 실록 기록에 나온다. “함길도의 화주(和州)에 흙이 있는데, 빛깔과 성질이 밀[蠟]과 같았다. 굶주린 백성들이 이 흙을 파서 떡과 죽을 만들어 먹으매, 굶주림을 면하게 되었는데, 그 맛은 메밀[蕎麥] 음식과 비슷하였다.”라고 되어 있다.

세종 임금 초기에는 자연재해가 끊이질 않을 정도로 상황이 안 좋았다. 세종 시대는 이런 악조건을 이겨내고 새로운 시대를 열었기에 더욱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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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글은 <세종신문>에 필자가 연재했던 것입니다.





김슬옹

김슬옹

한글닷컴(Haangle.com) 연구소장/편집위원, 세종국어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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